
아시아문화연구소장 박진수
아시아의 평화공존과 문화 공동체를 위하여
안녕하십니까?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장 박진수입니다.
21세기의 오늘날 [아시아(Asia)의 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시아]란 원래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중동 이동의 낯선 지역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가 그 자체로서 아이덴티티를 갖는 단일한 공동체는 아닌 것입니다.
서세동점의 시기였던 19세기 말 [아시아주의]라는 것이 일본에서부터 생겨났습니다. 초기의 [아시아주의]는 서구 열강의 아시아 침탈에 대항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연대를 모색하고 아시아적 가치와 존재방식을 사고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일본을 맹주로 하는 신질서를 구축하고 대동아공영권을 구상하는 사상적 토대가 되어 일본의 아시아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변모하기도 했습니다.
냉전과 탈냉전 시기를 거쳐 전 세계의 미국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편으로는 세계의 블록화가 진행되는 요즈음 지역별 공동체에 관한 논의가 각 분야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이 여러 면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는 문화 담론의 장이 펼쳐져야 하고 그 속에서 지속적인 상호이해와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한국, 중국, 일본이 다 같이 사로잡혀 있는 민족주의와 자국 중심주의, 그리고 일국단위의 문화적 우월주의 교육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사실상 서구의 근대국민국가 형성 과정으로부터 보고 배운 부산물로서 19세기 20세기의 침전물과 같은 것입니다. 지난 세기에 동아시아는 외적으로는 상호 간의 전쟁과 반목, 내적으로는 전통의 단절이라는 참담한 이중의 정신사적 비극을 경험해왔습니다. 이제는 아시아적 정체성을 다양성에서 찾고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할 방안을 놓고 이 지역의 인문학자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희 아시아문화연구소는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문화와 평화 공존의 문제를 논의해 왔습니다. 연구자들 간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다지면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토대로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을 수행해 가고자 합니다. 저희 연구소의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아시아문화연구』의 발간, 정례학술 세미나, 국제학술 심포지엄, 총서 발간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9월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장 박진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