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보다 보건교사가 꿈에 가까웠던 터라 학교현장실습에 대한 기대가 무척이나 컸다. 마침 임용고시 준비를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고민하던 중이라, 다양한 학교현장실습 후기를 찾아보고 학교보건법 내용을 숙지한 뒤 학교현장실습에 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연성초등학교에서 구수임 보건선생님과 인생에 단 한 번뿐인 학교현장실습을 할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실습을 나가기 전에는 한 달 실습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는데, 실습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는 언제 한 달이 벌써 지나간 건지 실감이 나지 않았고 실습 기간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학교현장실습을 통해 학교보건법의 법령들이 실제로 어떻게 시행되는지 알 수 있었고, 실무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이론 과목과 실무 현장과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응급처치를 직접 시행하고, 하임리히법과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교육 수업을 시연하고,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여러 수업을 참관하며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과 학년별, 반별, 이론 과목별로 달라져야 하는 수업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병원 밖에서 할 수 있는 간호 영역의 깊이와 폭을 체감하며 학교에서 유일한 의료인인 보건교사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깨달았고, 보건교사가 수행하는 교육자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교사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교육관과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미래에 내가 되고싶은 보건교사의 모습에 대해 꿈꾸게 되었다.
처치와 수업은 학교현장실습을 통해 당연히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하던 부분이었지만, 실제 보건 교사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행정업무와 업무 분장의 논란이 있는 환경업무는 얼마나 관찰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보건선생님께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다양한 공문 양식을 인쇄해 지도해 주셨다. 공문의 양식과 절차, 지켜야 하는 기한, 계획서 수립 방법, 관련 담당자들을 상대하시는 보건 선생님의 모습을 관찰하며 행정업무와 환경업무의 까다로움과 업무 고충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실습기간동안 교직원 결핵 검진과 교직원 심폐소생술 연수 교육이 있었다. 보건교사는 학생뿐만아니라 교내의 모든 교사와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병원에서 모든 직종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간호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학교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의료 전문가와 소통하는 보건교사는 더욱 높은 소통과 협력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직종이든지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은 드물며, 진정한 공감과 소통을 위해 노려가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현장실습일지의 지도교사 조언란에서 '환아를 대하는 모습이나 자세에 있어서 매우 자연스럽다', '많은 것을 기억하고 메모하고 감지하는 지윤샘의 능력을 믿는다.' 라는 칭찬이 기억에 남는다. 실습기간 내내 학생 처치를 도맡고, 응급처치시 사용했던 약품들을 검색하고 공부하고 정리하였다. 나는 간호수행에 자신이 없었는데 오히려 학교현장실습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 환아가 요구하는 약만 바로 주는 것은 간호도 교사도 아니다. 보건실에 방문한 환아를 꼼꼼하게 사정하고 어떤 처치가 필요한 상황인지 파악한 뒤 환자에게 해당 증상, 투약 이유, 올바른 투약 방법, 투약 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대처방법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또 학생들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찢어졌어요, 죽을 것 같아요."와 같은 과장되고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마스크를 벗는 것보다 쓰는 것이 익숙한 저학년은 표정을 자연스럽게 짓지 못하고 불안도가 높으며 자신의 증상을 적절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을 독촉하지 않으면서 올바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교육자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보견교사나 간호사 중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이 둘이 완전히 동떨어진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